연못가
신승철
있는 그대로가 완전하여, 한 사람의
기쁨은 백천 사람들의 기쁨이 되네
청개구리 한 마리 폴짝, 폴짝 뛰니
백천의 사람들이 따라 같이 뛰었네.
어여쁜 작은 청개구리
짙푸른 풀숲으로 떠난 뒤
그 고요 속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네.
무엇 하나 잃을 게 없는 세상이지.
티끌조차 감출 것이 없는 세상이지.
한데 넌 애써 먼 길을 돌고, 돌아
지금 이곳에 이르러 두 손 내려놓고
빈둥거리는 것들의 무료를 달래주려
바람에 몸을 떠는 저 푸른 잎사귀들처럼
옛 노래 한 소절 부를 생각에 젖어있다.
오늘
날은 몹시 흐려
연못은
아무것도 비출 수가 없었네.
《문학청춘》 202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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