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공평하다
강영은
경기가 끝났을 때 승자도 패자도
눈물 흘렸다.
땀으로 얼룩진 표정을 닦는 척,
수건에 감정을 파묻고
꾹꾹, 목울대를 치받고 올라오는
울음을 눌렀다.
양팔을 높이 쳐든 승자는
메달을 가져갔지만
텅 빈 손을 내려다보는 패자에게도
메달은 있었다.
시간이라는 메달!
승부는 다만 순간 속에 녹여낸 사물일 뿐
딱딱한 기쁨을 목에 걸었다고
시간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물컹한 슬픔을 손에 쥐었다고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시간은 안다.
그 공평함이 세상을 걷게 한다는 것을
흐르지 않는 시간 있어
눈물이 한 생을 완성하는 그때
이슬처럼 영글게 하는
그 공평함이 신의 은총이라는 것을
먼 길 걸어본 당신과 나는 안다.
월간 《新東亞》 20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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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 200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녹색비단구렁이』 『최초의 그늘』 『풀등, 바다의 등』 『마고의 항아리』 『상냥한 詩論』 『너머의 새』, 시선집 『눈잣나무에 부치는 詩』, 에세이집 『산수국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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