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책소식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나민애

Beyond 정채원 2025. 5. 30. 08:36

 

 

 

 

“77편의 시에, 77가지 마음을 담아 전합니다.

그중 단 한 줄이라도 당신 마음에 머문다면

이 책은 이미 제 몫을 다한 셈입니다.”

— 나민애

 

‘풀꽃 시인 나태주의 딸’이자 ‘서울대 강의평가 1위 선생님’으로 알려진 나민애 교수는, 오래도록 시를 사랑해온 ‘시 큐레이터’로도 유명하다. 2007년에 등단한 문학평론가로서, 지난 10년간 매주 한 편씩 대중들에게 시를 소개하는 칼럼을 연재하며 시를 읽는 기쁨을 나눴다.

독자 중에는 모든 칼럼을 오려서 꽁꽁 묶은 종이 뭉치를 가져온 사람도, 손으로 시와 해설을 베껴 적으며 자신만의 필사 노트를 완성한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시를 읽으며 울었고, 누군가는 시를 적으며 위로받았다고 했다. 이런 마음을 전달받은 나민애 저자는 ‘인생 시’ 77편을 고르고, 감각 있는 해설을 더해 ‘필사 노트’를 만들었다.

 

정지용부터 나태주, 이병률, 황인찬까지 시간과 세대를 넘나드는 시인들의 작품 77편을 주제별로 엮은 이 책은 마치 <시 플레이리스트> 같다. ‘위로가 필요할 때’ ‘사랑 곁에 머물고 싶을 때’ ‘마음이 쓸쓸할 때’처럼 감정의 결에 따라서 골라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덧붙인 해설은 독자들이 오래도록 그 마음에 머물도록, 그렇게 사유의 폭을 넓혀가도록 돕는다. 정신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오늘을 구해줄 ‘딱 한 줄’의 문장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출판사 리뷰

시를 따라 쓴다는 것은

말의 감각을 손끝으로 익히는 일

 

언어의 밀도를 높여주는

시인들의 찬란한 문장을 따라 쓰다

 

“불빛은 강물을 찰바당찰바당 건너오고

눈발은 팔랑팔랑 팽나무 가지를 흔들어 깨운다.”

_ 박성우, 「첫눈」 중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_ 윤진화, 「안부」 중

 

나민애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단어의 중요성’과 ‘말의 감각’에 대해 배웠다. 시를 쓰기 위해 너덜너덜해진 사전을 붙잡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랐기에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밖에 없었다. ‘시(詩)’는 고르고 고른 말들의 결정체였다.

 

섬세한 언어를 가진 시인들의 말을 손끝으로 더듬어 보는 과정이 바로 ‘시 필사’다. 시를 베껴 쓰는 동안 우리는 단어의 떨림과 문장의 호흡을 온몸으로 느낀다. 망설임이 묻어 있는 쉼표 하나, 감정의 곡선이 닿는 낱말 하나가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글을 잘 쓰고 싶고,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면, 시 필사는 가장 좋은 첫걸음이다. 시를 따라 쓰면 시인의 시선을 빌려 세상을 바라보고, 시인의 언어로 내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감각적인 말을 쓰는 것은 물론, 한층 더 깊어진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왜 음악에만 플레이리스트가 있나요?”

오늘 하루를 위한 <시 플레이리스트>

 

시 한 편은 바쁜 일상에 잠시 틈을 내어 감정을 바라보게 하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 내가 이미 느꼈음에도 미처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을 대신 말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시는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나민애 저자는 말한다. 기분에 따라 음악을 고르듯, 그날의 감정에 어울리는 시를 꺼내 읽을 수 있도록 ‘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라고. 출근길 버스 안, 잠 못 드는 밤, 문득 누군가가 그리운 저녁에도 시는 조용히 곁을 내어줄 것이라고.

 

 

[상황별 추천 시]

 

* 너무 바빠서 멍하니 앉아 있을 자유가 그립다면 → 이성선, 「그냥 둔다」

 

* 잊으려고 노력해도 지워지지 않는 나쁜 기억에 괴로울 때 → 김승희, 「못 박힌 사람」

 

* ‘사랑’이라는 말 한마디 없이도 뜨거운 사랑을 느끼고 싶다면 → 김경후, 「문자」

 

*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나’로 살고 싶을 때 → 심재휘, 「어느덧나무」

 

* 오늘의 행복을 지키고 싶다면 → 조지훈, 「행복론」

 

 

저자 소개

 

지은이 나민애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여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학부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7년에 문학사상 신인평론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동아일 보에서 10년째 「시가 깃든 삶」이라는 주간 시평을 연재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감수성과 어울리는 시를 찾아 소개하며, 삶과 맞닿은 시의 언어를 꾸준히 전해왔다. 시를 고르고 해석하는 일에 깊이 몰두하는 시 큐레이터, 독자에게 단 한 줄의 시가 건네는 위로와 통찰을 믿는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나태주 시인의 딸’, ‘서울 대 강의평가 1위 교수등의 타이틀로 화제를 모았으며, EBS 「나의 두 번째 교과서」에서는 국어 대표 강사로 활약했다.

저서로는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나의 두 번째 교과서×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 『나민애의 동시 읽기 좋은 날』 등이 있다.

 

 

 

차례

 

 

서문

다만 의미를 찾고 싶을 뿐

 

 

1. 처음 맛보는 시

“꽃이 피어도 즐길 시간 없고

꽃이 진대도 느낄 여유 없는 당신에게.”

 

별 닦는 나무 • 공광규

안부 • 윤진화

밤 산책 • 조해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역광의 세계 • 안희연

서시 • 이성복

이마 • 신미나

못 박힌 사람 • 김승희

우리는 매일매일 • 진은영

그곳 • 오은

첫눈 • 박성우

봄날 • 이문재

5월 • 차창룡

저녁눈 • 박용래

그냥 둔다 • 이성선

 

 

2. 작은 위로가 필요한 날

“우리는 대단치 않은 보통의 사람이지만

옆 사람의 손은 잡아줄 수 있다.”

 

정말 그럴 때가 • 이어령

밀물 • 정끝별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유기동물 보호소 • 김명기

별들이 사는 집 • 김수복

나란히 • 육호수

그랬다지요 • 김용택

의식 3 • 전봉건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잊는 일 • 손택수

고운 심장 • 신석정

별을 보며 • 이성선

또 하루 • 박성우

시 • 나태주

 

 

3. 사랑을 곁에 두었다

“사랑한다는 단어 하나 없이

뜨겁기만 한 말들.”

 

무화과 숲 • 황인찬

문자 • 김경후

컵 하고 발음해봐요 • 김복희

첫사랑 • 고재종

밤눈 • 김광규

눈 내리는 벌판에서 • 도종환

먼 강물의 편지 • 박남준

사랑 • 양애경

오래 만진 슬픔 • 이문재

목련 • 이대흠

두 사람 • 이병률

저녁이면 돌들이 • 박미란

내가 천사를 낳았다 • 이선영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 정호승

호박 • 이승희

발열 • 정지용

이생 • 하재연

편지 • 윤동주

 

 

4. 가을이나 바람처럼 쓸쓸한 것들

“위로가 무력할 때에는

내가 아는 가장 아픈 시를 읽는다.”

 

고향길 • 신경림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딛고 • 유병록

장미와 가시 • 김승희

낙산사 가는 길 3 • 유경환

수척 1 • 유병록

내 마음을 아실 이 • 김영랑

먼 꿈 • 장시우

백운산 업고 가을 오다 • 신용목

그렇습니다 • 김소연

소금 달 • 정현우

오래 한 생각 • 김용택

 

 

5. 나에게 말을 건네는 시

“남의 이야기인 듯하지만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이야기, 이것이 바로 시다.”

 

눈 • 이정록

혹등고래 • 정채원

육탁 • 배한봉

바다 3 • 정지용

어느 날 • 김상옥

무지개를 사랑한 걸 • 허영자

바람 부는 날 • 민영

어느덧나무 • 심재휘

나에게 묻는다 • 이산하

마당 앞 맑은 새암을 • 김영랑

가을 • 강은교

우음 2장 • 구상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채송화 • 송찬호

강물이 될 때까지 • 신대철

돌아가는 것 • 이영광

청포도 • 이육사

행복론 • 조지훈

 

 

책 속으로

 

만약 시인이 화가라면, 시가 그림이라면, 나는 이 그림을 꼭 갖고 싶다. 돈을 모으고 낯선 화랑에 가서 “이 그림을 살게요”라고 말하고 싶다. 방에 걸어 두고 내 마음에 걸어 둔 듯 바라보고 싶다. 시인이 그려놓은 밤 산책을 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_ 「밤 산책」 중에서 (p.26)

 

그 짧은 사이에도 우리는 한 편의 시를 좋아할 수 있고, 한 명의 시인을 좋아할 수도 있다. 또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과거를 떠올릴 수도 있다. 잃어가는 좋아함을 회복한다는 것은 대단히 소중한 일이다.

_ 「서시」 중에서 (p.40)

 

외로움은 고약하지만, 치료해야 할 병은 아니다. 너도 나도 외롭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차라리 홀가분하다. 우리 모두 함께 외로운 것이라면 따로, 또 같이 외로워도 조금은 덜 외롭다.

_ 「정말 그럴 때가」 중에서 (p.89)

 

하여 사랑한다는 단어 하나 없이 뜨겁기만 한 이 시를 놓고 생각한다. 이 생에서 나는 누군가의 모국어인 적이 있었던가. 과연 누군가를 모국어로 받든 적이 있었던가.

_ 「문자」 중에서 (p.155)

 

다시 만날 수 없대도 사랑은 쉽게 끝나지질 않는다. 사랑하면서 걸었던 길을 왔던 만큼 되짚어 가야만 사랑은 비로소 끝이 날 수 있다. 그러니까 외롭게 돌아가는 마음의 복귀까지도 ‘사랑’이다.

_ 「사랑」 중에서 (p.183)

 

위로가 무력할 때에는 내가 아는 가장 아픈 시를 읽는다. 해설할 수도 없이 가장 아픈 마음을 함께 읽는다. 허난설헌의 자식 잃은 슬픔은 사백 년이 지나도 잦아들지 않았다. 시인의 슬픔은 시 밖으로 철철 넘쳐흐른다. 오늘의 슬픔이 그 슬픔과 다를 리 없고 다를 수 없다.

_ 「딛고」 중에서 (p.243)

 

상처는 순간이지만 아픔은 오래간다. 사건은 순간이지만 잔상은 오래간다. 우리는 잊은 듯 기억하고, 기억하는 듯 잊어간다. 그 미묘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할 때 김소연의 시를 읽는다.

_ 「그렇습니다」 중에서 (p.274)

 

생의 가장 비참한 순간은 가장 괴로운 순간이고, 가장 살고 싶은 순간이다. 그때에는 할 수 없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죽을 힘을 다해서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시인은 물고기가 펄떡거리는 그 새벽을 활기찬 시장이라거나 용솟음치는 생명력이라고 표현하지 못한다. 바닥을 치는 온몸의 두드림에서 자기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_ 「육탁」 중에서 (p.301)

 

우리는 자주 주저하고, 불안하고, 겁을 먹는다. 우리가 특히 모자라서가 아니다. 삶이니까 불안하고, 사람이니까 겁이 난다. 시인은 디딤돌 위에서 떨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괜찮아, 강물에 발을 넣어도 돼. 건널 수 있어. 이렇게 용기를 준다.

우리는 때로 용감해지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 움츠러든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용기의 기운을 전달해주기를 내심 바란다. 이 시가 바로 그런 시다.

_ 「강물이 될 때까지」 중에서 (p.355)

 

 

‘파랑새’의 행복은 집 안에 있었지만, 조지훈의 행복은 집 안에도 있지 않았다. 집보다 더 가까운 곳, 더 깊숙한 곳, 바로 마음 안에 행복이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게다가 행복은 거기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일체유심조’라, 한 점 형태도 없는 마음 자락이 오늘을 천국으로 만들기도 하고 지옥으로 망치기도 한다.

_ 「행복론」 중에서 (p.367)

 

'책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보라 은보라/김찬옥 디카시집  (0) 2025.05.28
랑/서정춘 시집  (0) 2025.05.24
AI인류/이인철 시집  (0) 2025.05.15
희망이라는 절망/정한용 시집  (0) 2025.04.21
나무의 발성법/박완호 시집  (0) 202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