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꾼들
정채원
암중에서도 죽어라
당신만을 모색하였다
무덤 속에서
앙상한 손목뼈를 밟아
으스러뜨리기도 하면서
오늘도 왕가의 계곡을 헤맨다
영영 잊혀졌을지도 모르는
트로이에서 찾아낸 금은보화 장신구들을
사업가 슐리만은 제 연인의 목에 걸어주었다지만
나는 당신을 도굴해서
내 무덤에 넣어야겠다
누군가 나를 도굴해주겠지
천 년 후의 서늘한 햇빛 속에 꺼내 주겠지
누에의 무덤 7천 기를 잇대어
명주솜이불 한 채를 지은 당신은
깨어나기 힘든 꿈이라서
깨어나기 겁나는 꿈이라서
앞이 안 보이는 무덤 속에서
이따금 손발이 맞는 도굴꾼을 만나기도 하지만
새끼손가락 뼈 한 마디를 만나도 나는
당신만을 모색하였다
『현대시학』2015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