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정채원
문은 조용히 닫혀 있다
새집 같은 아파트 거실에서
한 사람은 신문을 읽고
또 한 사람은 TV를 본다
먼 곳에서 지금 막 도착한 듯
머지않아 어디론가 떠나려는 듯
소파 끝에 반쯤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남자
내뿜는 담배연기에
여자의 얼굴이 조금씩 지워진다
야트막한 원탁을 사이에 두고
잔 꽃무늬 스탠드 불빛 아래
코가 닿을 듯한 두 사람
한 그림자는 왼쪽 모서리에서 목이 꺾여 있고
다른 그림자는 오른쪽 구석에 가슴이 접혀 있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다
일상이 제거된 일요일 저녁
뻐꾸기가 울고 있다
벽 위에서
『시와세계』2015년 겨울호
'밤의 네 번째 서랍'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아에게/기혁 (0) | 2015.12.18 |
---|---|
겨울 대육각형 - 시인의 삶/ 조연호 (0) | 2015.12.16 |
그, 그림자 /정채원 (0) | 2015.12.04 |
조장鳥葬/박진성 (0) | 2015.11.15 |
매미/박수현 (0) | 2015.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