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소풍/정채원

Beyond 정채원 2015. 12. 4. 23:42

 

소풍

 

 

정채원

 

 

문은 조용히 닫혀 있다
새집 같은 아파트 거실에서
한 사람은 신문을 읽고
또 한 사람은 TV를 본다
먼 곳에서 지금 막 도착한 듯
머지않아 어디론가 떠나려는 듯
소파 끝에 반쯤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남자
내뿜는 담배연기에
여자의 얼굴이 조금씩 지워진다
야트막한 원탁을 사이에 두고
잔 꽃무늬 스탠드 불빛 아래
코가 닿을 듯한 두 사람
한 그림자는 왼쪽 모서리에서 목이 꺾여 있고
다른 그림자는 오른쪽 구석에 가슴이 접혀 있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다

 

일상이 제거된 일요일 저녁
뻐꾸기가 울고 있다
벽 위에서

 

 

 

『시와세계』2015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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