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鳥葬)
박진성
나를 여기에 버린 장례는 누구의 물음일까
던져놓고
버려놓고
울고 있는,
새들을 불러 모으는 손짓은 누구의 불안일까
제라늄, 제라늄 번지는 제라늄의 꽃잎 아래에서
주검처럼 떠가는 새들의 아래에서
찢어진 장기의 주인인 나는 누구의 후회일까
꿈에서 발작하고 깨어서 약을 먹는 것,
흐르지 않는 피들은 누가 먹을 붉은 알약일까
너는 날아간다
너는 돌아온다
너는 나의 신체를 쪼아 먹는다
이것은 어떤 밤의 반복되는 어둠일까
대답이 없는 질문처럼 새들이 쏟아지고
질문이 없는 대답처럼 흙으로,
흙으로 무너지는 신체는
내가 나였던 사람에게 돌아가는 좁은 용서일까
날아가는 살점은 다친 새의 일용할 양식이 될까
공중과 다투는 새들은 인육의 오후에서 쉴 수 있을까
여보, 여보, 미친 여자가 계속 다치는데
네가 먹지 않으면 나는 부패하고 말아,
나는 계속 누워 있어도 될까
나의 눈알을 먹은 저 새는,
날아가는,
잿빛 날개는,
나라는 물음이 띄운 너의 허기일까
『시작』 2015년 여름/가을 합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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