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남겨둔 생각
정숙자
아무래도 저 태양이
시지푸스의 돌일 거라고
그는 회의했다
창공의 불은, 빛은
그의 발이 미끄러질 때마다
덜컥! 흔들렸다
정오까지 밀어 올리면
여지없이 저쪽으로 서쪽으로 굴러 떨어져
바다 깊숙이 잠겨버리지 않는가
하지만, 또
이튿날이면 시지푸스는 제 심장과 맞먹는 돌을, 제 심장과 맞바꾼 돌을 정오까지 밀어 올리지 않는가
정녕 빨갛게 ―새빨갛게~
그러한 노역 덕분에…하도나 맑고 밝고 따뜻한 그의 이마로 인해…대지는 오늘도 펄펄 날지 않는가
시지푸스 오직 그만이
죽어지지도 않는 목숨을
다만 버릇이 되어버린 그 삶을
이어내고―이겨내고~밀어 올리지 않는가
이제 놓아라, 다시는 밀어 올리지 마라, 시지푸스여! 그만 넘겨라, 네 심장에 더 이상 끌질하지 마라.
신은 너무 오래 너를 속이고 있다
너의 신뢰를 비웃고 있지 않느냐?
네 돌을 품어줄 산은 어디에도 없다. 안 그러냐?
『서정시학』2017년 가을호
'밤의 네 번째 서랍'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추프라카치아/문정영 (0) | 2017.10.21 |
---|---|
벽돌/오은 (0) | 2017.09.25 |
어두운 습관/이화은 (0) | 2017.09.25 |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박상순 (0) | 2017.09.22 |
즐거운 독백/홍일표 (0) | 2017.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