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추프라카치아
문정영
내가 아는 호수의 발바닥
발가락부터 조금씩 사라지는, 내가 쌓아온 것들은 붉은 발자국이
아니었어
그렇게 걸어 꽃에 도착하기까지는 물무늬가 자갈 위에서 마르지
않아야 하는데
내가 가 닿지 못한 호수는 호수라 부를 수 없어
어느 날 발목이 사라진 꿈을 꾸고
아침마다 가야 하는 그곳에 그날은 갈 수 없었지
호수를 껴안으면 꽃이 되는, 햇빛도 바람도 그만큼 있어야 살 수 있
다는, 그곳에 당신은 피어서
물기 없이 걸어가는 하루하루가 습자지 같다
꽃이 피면 한 사람이 곁에 머물러야 한다는데
내 발바닥이 비어서 더 이상 걸어갈 수가 없다
『시사사』2017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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