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통신投甁通信 3
이가림
나는 여태껏
한 숟가락의 물도
당신의 마른 입에
떠먹여주지 못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떠먹여주고 싶은
한 숟가락의 물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먼 훗날
한 숟가락의 물을 겨우 얻게 된 날
내가 당신에게로 가는 외길이
이미 끊어져버렸을 것을 믿습니다
하지만
한 숟가락의 물을 마련하려고
달 없는 고비 사막보다
더 숨 막히는 밤길을
등뼈에 공이가 박힌
한 마리 낙타처럼 걸어왔습니다
나는 이제
이 세상에서 가장 영롱한 보석
몰래 숨겨둔 한 방울의 눈물을
당신의 문지방 앞에 떨굽니다
이가림 유고 시집『잊혀질 권리』,시학(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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