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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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이가림 유고 시집

Beyond 정채원 2018. 9. 17. 23:46

투병통신投甁通信 3


이가림



나는 여태껏

한 숟가락의 물도

당신의 마른 입에

떠먹여주지 못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떠먹여주고 싶은

한 숟가락의 물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먼 훗날

한 숟가락의 물을 겨우 얻게 된 날

내가 당신에게로 가는 외길이

이미 끊어져버렸을 것을 믿습니다


하지만

한 숟가락의 물을 마련하려고


달 없는 고비 사막보다

더 숨 막히는 밤길을

등뼈에 공이가 박힌

한 마리 낙타처럼 걸어왔습니다


나는 이제

이 세상에서 가장 영롱한 보석

몰래 숨겨둔 한 방울의 눈물을

당신의 문지방 앞에 떨굽니다



이가림 유고 시집『잊혀질 권리』,시학(2018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