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어디에 있나
김기택
아침에 들렸던 개 짖는 소리가
밤 깊은 지금까지 들린다
아파트 단지 모든 길과 계단을
숨도 안 쉬고 내달릴 것 같은 힘으로
종일 안 먹고 안 자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슬픔으로
울음을 가둔 벽을 들이받고 있다
아파트 창문은 촘촘하고 다닥다닥해서
그 창문이 그 창문 같아서
어저께도 그저께도 그끄저께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주민들 같아서
울음이 귓구멍마다 다 돌아다녀도
개는 들키지 않는다
창문은 많아도 사람은 안 보이는 곳
잊어버린 도어록 번호 같은 벽이
사람들을 꼭꼭 숨기고 열어주지 않는 곳
짖어대는 개는 어느 집에도 없고
아무리 찾아도 개 주인은 없고
짖는 소리만 혼자 이 집에서 뛰쳐나와
저 집에서 부딪치고 있다
벽 안에 숨어 있던 희고 궁금한 얼굴들이
베란다에 나와 갸웃거리는데
어디서 삼삼오오가 나타나 수근거리는데
흥분한 목소리는 경비와 다투는데
울음소리만 혼자 미쳐 날뛰게 놔두고
아파트 모든 벽들이 대신 울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시집 『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2018. 8)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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