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나의 과학/최호일

Beyond 정채원 2018. 11. 6. 01:17

   나의 과학


   최호일



   저 허공은 사물이 없는 곳에 두 번 나타난다 소년과 소녀들은 발레를

하고 나는 발레를 피한다

   나의 과학은  어처구니가 없다


   스포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오렌지를 반대하고

   치통을 앓는다


   아직도 역사의 선반 위에서 불타는 사과


   저녁이 유리 형제들처럼 투명한 과녁을 모두 빛낼 때

   빗나간 바람은 달그락거린다


   누군가는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두 발은 항상 위험한 폭탄으로 떠 있다

   곧 날아오를 것이다


   불행은 가끔 장밋빛이며 영리하고

   주변을 깨끗이 정리할 줄 모른다


   열한 마리의 고양이와

   열한 명의 축구선수들

   공이 없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벽의 세계에서는 벽을 들고 가

   벽지에 붙인다


   나의 과학은 소리가 나지 않고 겸손하지만

   불을 끄고 그 벽에 몸을 기대면

   슬퍼진다



『현대시』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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