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제4시집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새로나온 詩/귀중품 (문화일보)

Beyond 정채원 2019. 9. 16. 15:54
[문화] 새로나온 詩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11일(水)
귀중품 - 정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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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에 걸린 가족사진과 부모 영정 

너덜너덜한 편지 몇 통과 수첩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내복 한 벌 등등 

이십 리터 종량제봉투 하나도 다 채우지 못한다 



김 할아버지의 보온밥통에는 

아직도 따뜻한 밥이 

반 통쯤 남아 있다 

그리고 

냉장고에는 시어빠진 물김치 한 통 



허물어진 뒤에도 한동안 

따뜻한 허물 

아니면 

물김치처럼 차디찬 



유품, 

정리업체 직원은 

‘귀중품’이라 적힌 박스에 

쓰레기봉투를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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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96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나의 키로 건너는 강’ ‘슬픈 갈릴레이의 마을’ ‘일교차로 만든 집’이 있다. 2019년 8월 신작 시집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문학동네)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