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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입어야 한다/김준연 시집

Beyond 정채원 2020. 7. 23. 14:29

축제

 

 

김준연

 

 

냉소적인 사과

사과이고 싶은 오직 하나의 사과

쟁반에서 빛나는 사과

 

냉소적인 칼

오직 홀로 날을 딛고 선 하나의 칼

쟁반에서 빛나는 칼

 

빠르게 사과는

쟁반 위로 펼쳐진다

쟁반 위 피어나는 사과

 

사과를 피우고

칼은 침묵한다

 

냉소와 냉소의 만남

숨과 숨 사이의 만남

불꽃이거나 불꽃을 머금은

 

음악은 멈추고 함성만 떠 있는

 

사과가 칼을 삼켰다면

칼날을 허락했다면

마지막 무대였다면

 

쟁반 위 홀로 빛나는 칼

 

머지않아

자신을 향한 자신을 마주할 것이다

 

 

김준연 시집 ≪고양이를 입어야 한다≫, 시인동네 시인선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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