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김준연
냉소적인 사과
사과이고 싶은 오직 하나의 사과
쟁반에서 빛나는 사과
냉소적인 칼
오직 홀로 날을 딛고 선 하나의 칼
쟁반에서 빛나는 칼
빠르게 사과는
쟁반 위로 펼쳐진다
쟁반 위 피어나는 사과
사과를 피우고
칼은 침묵한다
냉소와 냉소의 만남
숨과 숨 사이의 만남
불꽃이거나 불꽃을 머금은
음악은 멈추고 함성만 떠 있는
사과가 칼을 삼켰다면
칼날을 허락했다면
마지막 무대였다면
쟁반 위 홀로 빛나는 칼
머지않아
자신을 향한 자신을 마주할 것이다
김준연 시집 ≪고양이를 입어야 한다≫, 시인동네 시인선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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