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과 반지하 사이 방황하는 커서가 있다
정채원
왼쪽이 웃을 때
오른쪽은 방금 따귀를 얻어맞은 얼굴로
시퍼러둥둥한 오늘도
어금니가 0.01mm쯤 갈렸겠지
이가 나날이 조금씩 짧아진다는
주식시장의 개미처럼
이를 악물고 영끌, 영끌!
삶은 어째서 늘 투자한 만큼의 이윤을 불러오지 못하는 걸까
손가락은 애지중지 삼시세끼를 챙기는 동안
두개골은 우주를 떠도는 미아가 되어
뜬구름 속 개 울음소리나 잡으러 다니다
코 베어가는 줄도 모르고
뒤통수가 녹아내리는 줄도 모르고
당신만을 사랑해요!
모니터에서 화살표가 깜빡거리며 손짓하지만
비상착륙 할지도 모른다, 모든 짐 다 버리고
세상의 댓글은 늘 마감 직전이다
옥상과 반지하 사이 눈 감고 뛰어내리는 낙숫물
짜릿한 낙차가 있어
오한과 발열을 거듭하며
오늘도 멈추지 않고 굴러간다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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