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점
김명서
역풍이 지나간 자리마다 균열이 생겼다
하루를 새점으로 연다
십자매가 조롱에서 물어낸 점괘는
'영생불사'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다시 시도한 점괘는
'불로초'
마왕의 명부에 명줄 잡힌 불치도 낫게 한다는
효능에 별표를 추가하고
점괘를 따라가려니
목덜미가 뻣뻣하게 거부 반응을 보인다
창백한 문장들은
뜬구름에 젖은 풍문을 끌어안고 길을 편집하고 있다
길은 길 위에서 찾아야 하는 것
구름산 상봉
불새들의 본거지에 불로초가 군락을 이룬다는
신화와 전설을 끌고 다니느라
다리가 질질 끌린다
협곡과 악산을 오르고 올라
손이 약초에 닿으려는 순간
불새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든다
《공정한시인의사회》 202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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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같이 살다가 서둘러 떠난 시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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