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랜드
김지명
이곳을 떠난 적 없이
이곳에 속한 적도 없이
회전목마를 탔다고 했다
선택받지 못한 순간에도
떠밀려 어울린 공간에도
불가능한 램프는 가로등처럼 켜져 있었다
익숙한 뒤통수 얼굴을 따라가 보면
백야 같은 감정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꿈꾸는 바보처럼
목마는 하루치 분위기를 먹고 산다고 했다
어설프고 들뜬 색깔은 나의 기후구라고 했다
물먹은 구름이 바람을 만나면
실시간 어떤 현실을 쏟아 낼지
입장을 대변할 펜촉은 있는지
버려진 밥통이었다가 음식을 기다리는 젓가락이었다가
이어진 행진곡으로 목마는 달린다고 했다
목마는 멀리서 보면 앞으로 전진하고 있을 것
화분 안의 개미는 화분 밖의 세상을 몰라도
진딧물 목장 차려 놓고 휘파람 부는 것처럼
그렇게 흘러가 보는 일이라고 했다
봄이 정거장을 만났을 때 꽁꽁 얼어 있었다
가을이 정거장에 내렸을 때 만각의 더위를 씻고 있었다
좋아하는 말들이 달아났다
입을 열어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의 길을 벗어난 해찰이
너에게 가까워지는 방식
목마는 아마도가 기항지라고 했다
연일 실측하고
연일 실축하는
파란 시선 0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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