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해변이 되고자 했으나
여기서부터가 그의 얼굴입니다
목도 아니고 머리카락도 아닌 이 난해한 세계
사랑이 끝나기 전엔
외로워지더라도 나기기 힘든
내내 궁금해하던 섬입니다
지리멸렬하고 느슨하게 흘러가는 씬 같지만
새벽에 배달된 달걀처럼
신선한 공기가 시작될 겁니다
선을 긋고 나자
이제는 신경전입니다
수많은 사람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왕국이다 싶지만
대부분 죽은 자들입니다
발자국은 왜 모래가 아닐까요
지도에도 없는 저급한 마법입니다
썰물이 지고 폭죽이 터지는 밤
당신이 지나는 길목과
내가 간신히 걸어 나간 저녁이 겹쳐질 때
무릎은 굴복합니다
심장은 잠시 오른쪽으로 밀어둡니다
마음이나 감정이 아니니까요
이름도 산지도 표기하지 않은 커피를 뜯어서
좀 진하게 내립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을 끄고 바닥에 눕자
머리 위로 느릿느릿 악어가 지나갑니다
마지막 장면은 항상 수평이네요
하지만 현관을 열면 거기까지가 얼굴입니다
오늘은 너무 외로워서
칫솔을 두 개나 꺼내놓고 사용했습니다
우리들의 얼굴 찾기 3 《그의 얼굴》, 한국시인협회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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