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책소식

나와 파르마콘과 생각버스/한상규 시집

Beyond 정채원 2022. 4. 29. 10:25

 

  나 그리고 당신

 

 

   지하철에선 수많은 더듬이가 나의 감추어진  부분을

탐색한다. 환송이라는 역인지 환상이라는 역인지 알 수 

없는 역에서 열차가 멈추고 자동문이 열리면 더듬이 중

하나가 나의 머리 속을 기계적으로 들여다  본다.  머리 

속에는 아직 영글지 않은 소금 결정들이 남아  있다, 나

는 지금 당신에게 지배당하고 있다.  지배는  행복이고

행복은 커다란 소금 결정이다. 그러니까 지배와 피지배

는 둘 다 바다에서 왔다고 할 수 있다. 어디에서 내리면

바다에 사는 진짜 소금물을 먹은 참치를 먹을  수 있을

까? 먹다 버린 참치의 아가미가  소리없이  떠돌아다니

는데 나는 아직도 소금을 찾고 있고 지하철  안에는 더

듬이들만 갇혀 있다. 갇혀 있는 더듬이들은  풀려날  기

약이 없고 아무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 지하철 종착역에

떠 있는 나 그리고 당신

 

 

 

 

한상규 시집 《나와 파르마콘과 생각버스》, 시와세계 시인선 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