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미래
신용목
여름의 바다, 파도는 가끔 눈사람의 말을 한다
하얀 입술 하얀
몸, 어디에 내린 눈이 몸이 되고 어디에 내린 눈이 머리가 되는지 알 수 없는
눈사람의
어디에 치는 파도가 몸이었고 어디에 치는 파도가 머리였는지 알 수 없는 바다에서
수평선은 고래를 키운다 아름답게 떨어지는 저녁 분수로 하늘 한쪽을 들어올린다,
부서진 것들의 마음으로서 파도와 눈보라
사라진 것들의 얼굴로서 물거품과 눈송이,
마음은 곧 각자의 길을 결정할 것이다 어느 문을 열고 나갈 것인지
눈과 입
뺨이나 손 혹은 언제나 밀물인,
몸
으로부터 눈사람의 익사체를 흘려보낼 것이다, 바다가 눈사람의 공동묘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바다에서 올라온 종족, 우리가 눈사람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석양이라는 눈사람들의 유적지,
해를 보고 있다 빨간 다라이 속에 뒤엉켜 있는
물고기 떼처럼,
우리는 철없이 죽음을 당겨쓰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제에 남아 있는 내가 느껴집니다
아직 사랑이 끝나지 않은 날들의 사랑이
사랑이 끝난 오늘도 만져집니다
계간 《미네르바》 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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