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이별/최금녀

Beyond 정채원 2022. 9. 1. 00:00

이별

 

최금녀

 

 

커피잔이 마룻바닥에 떨어졌다

아끼던 것

그는 깨지면서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벌겋게 충혈된 안개꽃무늬들

책상다리의 살점을 저며내고

내 손가락에서도 피가 흘렀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서로 다른 세상의

낯선 기호가 되고 말았다

 

아끼던 것들은 깨지는 순간에

그처럼

얼굴을 바꾸는구나

 

순한 이별은 없다

 

 

시집 《기둥들은 모두 새가 되었다》 (한국문연, 2022)

 

 

내 마음의 시, 《불교평론》 2022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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