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심언주
티백처럼 나는 물에 잠긴다.
물고기가 되었다가
나룻배가 되었다가
물속에서 나는 알맞게 우러나는 것 같다.
물갈퀴가 많아서
멀리 갈 줄 알았는데
밀어내면
물은 더 많은 물을 데리고 와 나를 에워싼다.
달려드는 하루살이처럼
어차피 오래 못 살
물거품을 치고 나갈 때마다
물의 살점들이 튀어 오른다.
밀어낸 사람도
가버린 기억도
떠나면서 내 살을 떼어 갔겠지.
직립을 포기한 채 나는
네가 파놓은
해자에서 발버둥 치는 중이다.
그런 나를
멀찍이서 네가 바라보고 있다.
내 허우적거림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월간 《現代文學》 202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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