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수영장/심언주

Beyond 정채원 2023. 4. 10. 11:55

수영장

 

심언주

 

 

 

티백처럼 나는 물에 잠긴다.

 

물고기가 되었다가

나룻배가 되었다가

 

물속에서 나는 알맞게 우러나는 것 같다.

물갈퀴가 많아서

 

멀리 갈 줄 알았는데

 

밀어내면

물은 더 많은 물을 데리고 와 나를 에워싼다.

달려드는 하루살이처럼

 

어차피 오래 못 살

물거품을 치고 나갈 때마다

 

물의 살점들이 튀어 오른다.

 

밀어낸 사람도

가버린 기억도

떠나면서 내 살을 떼어 갔겠지.

 

직립을 포기한 채 나는

 

네가 파놓은

해자에서 발버둥 치는 중이다.

 

그런 나를

멀찍이서 네가 바라보고 있다.

내 허우적거림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월간 《現代文學》 202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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