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스푸마토*
김경인 델은 아름답다는 뜻 그러니까 멀리 있는 것 히-노-데 안-드-레-아-사-르-토 공기 방울을 닮은 이름을 징검다리 삼아 겹겹 어둠을 건너면 이 밤은 자투리 물감으로 덧칠한 거울 같아 비 온 다음 기름 웅덩이에서 처음 본 어여쁜 무지개처럼 나는 콜타르 기억 진득거리는 채로 캄캄하게 굳어버린 몇십 년째 상영 중인 엉망 진창, 담배 구멍 난 장판 얼굴을 거울에다 잔뜩 눌어 붙이고 다시 히 노 데 안 드 레 아 델 사 르 토 엉터리로 지껄여도 꽃 이파리처럼 겹겹 흩어져 달콤하게 녹아 사라지는 아름다운 이름 밤이 기울어 쏟아진다. 담배 연기처럼 자욱해진 내 위로 *안개와 같이 색을 미묘하게 변화시켜 색깔 사이의 윤곽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도록 자연스럽게 옮아가도록 하는 명암법. —월간 《현대시》 2023년 7월호 ---------------------- 김경인 / 1972년 서울 출생. 2001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한밤의 퀼트』 『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 현재 한양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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