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름다운 녹
장옥관 녹을 온몸에 받아들이는 종을 보았다 암세포 서서히 번지는 제 몸 지켜보는 환자처럼 녹은 아름다웠다 움켜쥐면 바스락 흩어지는 버즘나무 가을은 저 홀로 깊이 물들었다 나는 지금 녹물 든 사람 링거 수액 스며드는 혈관 속 무수한 계절은 피어나고 거품처럼 파꽃이 피고 박새가 부리 비비는 산수유 가지에 노란 부스럼이 돋아나고 두꺼운 커튼 드리운 병실 바깥의 고궁 처마에 매달린 덩그렁 당그랑 쉰 목소리 파르라니 실핏줄 돋은 어스름 속으로 누가 애 터지게 누군갈 부르나니, 그 종소리, 《문학청춘》 2022년 봄호 2023년 제5회 이용악문학상 ------------------------- 장옥관 / 1987년 《세계의문학》 등단. 시집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 『그 겨울 너는 북벽에서 살았다』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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