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운명의 피아니스트/진은영

Beyond 정채원 2024. 9. 7. 19:34

   운명의 피아니스트

 

   진은영

 

 

   너는 나의 희고 검은 건반을 누르는 것 같다

   잔설 쌓인 진창길에서 희미하고 기다란 고통이 들리는 것 같다.

   봄의 나무통 속에서 초록 해머들이 나른한 심장을 터트린다

   술잔 속의 얼음처럼 내 영혼은 어느새 사라진 것 같다

   검은 깃털이 다 뽑힌 채 눈부신 알몸으로 매일, 매일 아침이

왔다

 

 

   《유심》 2024 여름

'밤의 네 번째 서랍'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아름다운 녹/장옥관  (2) 2024.09.12
기면/정우신 외  (1) 2024.09.12
어둠은 어디로 넘어지나/김영  (0) 2024.09.07
그 여름의 끝/이성복  (1) 2024.09.01
배낭/김언  (0) 2024.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