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피아니스트
진은영
너는 나의 희고 검은 건반을 누르는 것 같다
잔설 쌓인 진창길에서 희미하고 기다란 고통이 들리는 것 같다.
봄의 나무통 속에서 초록 해머들이 나른한 심장을 터트린다
술잔 속의 얼음처럼 내 영혼은 어느새 사라진 것 같다
검은 깃털이 다 뽑힌 채 눈부신 알몸으로 매일, 매일 아침이
왔다
《유심》 2024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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