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책소식

살 것만 같던 마음/이영광 시집

Beyond 정채원 2025. 1. 6. 21:49

 

 

 

 

어두운 마음

 

 

 

모르는 어떤 이들에게 끔찍한 일 생겼다는 말 들려올 때

아는 누가 큰 병 들었다는 연락 받았을 때

뭐 이런 날벼락이 다 있나, 무너지는 마음 밑에

희미하게 피어나던

어두운 마음

다 무너지지는

않던 마음

내 부모 세상 뜰 때 슬픈 중에도

내 여자 사라져 죽을 것 같던 때도

먼바다 불빛처럼 심해어처럼 깜빡이던 것,

지워지지 않던 마음

지울 수 없던 마음

더는 슬퍼지지 않고

더는 죽을 것 같지 않아지던

마음 밑에 어른거리던

어두운 마음

어둡고 기쁜 마음

꽃밭에 떨어진 낙엽처럼,

낙엽 위로 악착같이 기어나오던 풀꽃처럼

젖어오던 마음

살 것 같던 마음

반짝이며 반짝이며 헤엄쳐 오던,

살 것만 같던 마음

같이 살기 싫던 마음

같이 살게 되던 마음

암 같은 마음

항암 같은 마음

 

 

 

이영광 시집 『살 것만 같던 마음』 (2024.5), 창비시선 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