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사이
여기군요. 아직 열감이 남아 있어요. 누군가 방금 떠나간 자리입니다. 여기에 앉겠습니다.
이 정도 온도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사랑을 빼고 만나야 오래간다고 했던가요? 기억나는
대로 카페인을 뺀 커피를 주문합니다. 밤이니까요. 두근거리지 않겠습니다. 대신 오래 앉아
있을게요.밑줄을 긋다가도 고개를 젓고 담배를 피우다가도 숨을 참으며, 빈자리가 생기고
다시 채워지고 또다시 떠나는 동안 수도 없이 종을 치는 문틈으로 빛이 들어올까 봐, 미미
한 열감에 담요를 덮으면 콧등에 크림 묻는 꿈을 꾸겠지만, 몸을 일으키다 우유를 엎지르진
않겠습니다. 감기에 걸린 거라 해도, 이 정도 온도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사랑을 빼고 써야
시가 된다고 했던가요? 기억나는 대로 썼습니다. 오래됐으니까요.
이 카페가 마음에 듭니다.
벽에 낙서가 참 많고
카페인을 빼도 커피 맛이 좋아요.
성탄절
벽난로에 불이 켜지고
겨울 한가운데서 흘러나오는
빵 굽는 소리
이번 겨울도
결말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임원묵 시집 《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 민음의 시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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