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찔레꽃 패스워드/김영찬

Beyond 정채원 2025. 4. 21. 12:46

찔레꽃 패스워드

 

 김영찬

 

 

 

들찔레 장미꽃 향기는 이유도 없이 왜 왜 왜

어찌하여 슬픈가

슬프니까 그냥 슬프다

그 향기는 생각할수록 더 멀리 날아가서

너에게까지만

그토록 깊고도 외로운

비밀

 

찔레꽃 패스워드와 비밀번호를 몰라서 아무도

열어볼 수가 없다

슬프도록 낯선 그 침묵은

12시

 

꽃 속에 점지해 놓은 그 하얀 고독으로 눈물 찔끔

흘려도 상관없이 상큼한

낮달 지나가 비로소 깊이 잠든

12시

 

정오의 햇살에서 한밤중 자정에 이르기까지

찔레꽃 그 그늘에 눌러앉아

열아흐레 꽃 핀 얼굴

 

꽃 진 자리에 머뭇머뭇

네가 서 있다

말이 없는 낮달처럼 하얗게 너는 서 있다

 

 

계간 《시와 편견》 202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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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 / 충남 연기 출생. 외국어대 프랑스어과 졸업. 2002년 계간 《문학마당》 등단. 시집 『불멸을 힐끗 쳐다보다』 『투투섬에 안 간 이유』 『오늘밤은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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