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패스워드
김영찬
들찔레 장미꽃 향기는 이유도 없이 왜 왜 왜
어찌하여 슬픈가
슬프니까 그냥 슬프다
그 향기는 생각할수록 더 멀리 날아가서
너에게까지만
그토록 깊고도 외로운
비밀
찔레꽃 패스워드와 비밀번호를 몰라서 아무도
열어볼 수가 없다
슬프도록 낯선 그 침묵은
낮
12시
꽃 속에 점지해 놓은 그 하얀 고독으로 눈물 찔끔
흘려도 상관없이 상큼한
낮달 지나가 비로소 깊이 잠든
밤
12시
정오의 햇살에서 한밤중 자정에 이르기까지
찔레꽃 그 그늘에 눌러앉아
열아흐레 꽃 핀 얼굴
꽃 진 자리에 머뭇머뭇
네가 서 있다
말이 없는 낮달처럼 하얗게 너는 서 있다
계간 《시와 편견》 202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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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 / 충남 연기 출생. 외국어대 프랑스어과 졸업. 2002년 계간 《문학마당》 등단. 시집 『불멸을 힐끗 쳐다보다』 『투투섬에 안 간 이유』 『오늘밤은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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