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
조원규
난간이란 것에는
아득한 두근거림이 배어있다
밤과 낮 쉼없이
바깥이 흘러오고 부딪고
또 밖을 속삭이기 때문이다
온 세상의 난간들을 만져보려고
나는 무슨 말도 못 하면서
적막해져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온 세상과 사람이 난간인 것을 안다
난간 너머엔 부는 바람결 속에
난간 너머로 손을 뻗는 사람이 있다
강가에 내려간 적이 있다
물 냄새를 맡고 싶어
좁은 계단으로 강가에 내려간 적이 있다
휘어진 모래톱
부드러운 변방에 서서
눈을 감고 냄새를 맡았지만
물가에선 또 다른 냄새가 그리워
어디로 더 가야 하지
다리도 계단도 없을 곳이라면,
아득히 귀를 열고 선 내게
흘러드는 물은 멀어지는 물살은
날더러 기슭이라고 그토록
어디든 닿고 싶어서
말
새벽 다섯시
나무의자에 앉아
둥근 빵을 먹는다
소리없는 칼을 넣어 한 조각
잘라낸
먼 해안처럼 둥글고
사원처럼 적막한
살로부터 환한 무엇
허기 속으로
떨어진다
붉은
새의 그림자처럼 빠른
무언가가
슬픔도 기쁨도 잊고
우두커니 앉은
내 속으로 떨어진다
사라지는가 죽음?
응 사라진다 그것
남은 빵을 바라본다
조원규 (시인, 번역가): 시집으로 <아담, 다른 이름>2001, <밤의 바다를 건너> 2006, <난간> 2013, <기둥만의 다리 위에서>1989,
번역서로 <사탄탱고/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시 없는 삶/피터 한트게, 2019> <호수와 바다 이야기/마르틴 발저,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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