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스크랩] 모레의 큐브

Beyond 정채원 2014. 12. 22. 20:25

 

 

     모레의 큐브

                                                     

       정숙자

 

                                                            

   하루하루가 사각으로 이어진다

   모서리에 가끔 햇빛이 고이기도 한다

 

   하루하루는 내 몸에 붙어있지만 정작 그 하루하루의

색깔을 누가 돌려 맞추는지는 확실치 않다. 뚜두둑! 뼈

들이 틀어지면서 색깔이 어긋난다. 허어, 내 하루하루가

내 하루하루가 아니란 말인가?

 

   삶은 습관적이야

   아닌가? ‘관습적인 삶’이라고 말해야 되나

   삶-습-관

   습-관-삶

   관-삶-습

   아무리 돌려도 숨은 패턴이 바뀌지 않는다

   삶이란 게 본래 이런 식인가?

 

   멀리서 볼 때만 수평이다. 수평을 잡기 위해 바다는

몇 십억 년 흔들렸지만 오늘도 여전히 밀리고 만다. 혼

자여서 깊고, 깊어서 넓고, 넓어서 삐걱대는 그 큰 수심

을 혹자는 푸르른 큐브라 한다.

 

   머리카락 한 올도 주사위 한 칸

   파랗다 노랗다 검붉어진다

 

   돌아간 내 오늘내일은 어디서 꽃다워지나?

    삶-삶-삶 | 3-3-3 온전해지나?

 

 

    *『시향』2014-겨울호/ <시인과 삶> 신작

 

출처 : 맑고 따뜻하게
글쓴이 : 시인 정숙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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