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의 큐브
정숙자
하루하루가 사각으로 이어진다
모서리에 가끔 햇빛이 고이기도 한다
하루하루는 내 몸에 붙어있지만 정작 그 하루하루의
색깔을 누가 돌려 맞추는지는 확실치 않다. 뚜두둑! 뼈
들이 틀어지면서 색깔이 어긋난다. 허어, 내 하루하루가
내 하루하루가 아니란 말인가?
삶은 습관적이야
아닌가? ‘관습적인 삶’이라고 말해야 되나
삶-습-관
습-관-삶
관-삶-습
아무리 돌려도 숨은 패턴이 바뀌지 않는다
삶이란 게 본래 이런 식인가?
멀리서 볼 때만 수평이다. 수평을 잡기 위해 바다는
몇 십억 년 흔들렸지만 오늘도 여전히 밀리고 만다. 혼
자여서 깊고, 깊어서 넓고, 넓어서 삐걱대는 그 큰 수심
을 혹자는 푸르른 큐브라 한다.
머리카락 한 올도 주사위 한 칸
파랗다 노랗다 검붉어진다
돌아간 내 오늘내일은 어디서 꽃다워지나?
삶-삶-삶 | 3-3-3 온전해지나?
*『시향』2014-겨울호/ <시인과 삶> 신작
출처 : 맑고 따뜻하게
글쓴이 : 시인 정숙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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