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마술
신용목
삼성역을 나왔을 때
유리창은 계란 칸처럼 꼭 한 알씩 태양을 담았다가 해가 지면 가로등 아래 깨뜨린다.
그러면 차례로 앉은 사람들이 사력을 다해 싱싱해지는 것이 보인다.
그들이 스스로 높이를 메워버린 후 인간은 겨우 추락하지 않고 걷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잃어버린 날개 때문에 지하철을 만들었다고……
삼성역 4번 출구 뒷골목을 걷다가 노란 가로등 아래를 지나며 울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눈을 감으면,
유리창에 비친 뺨을 벽에다 갈며 지하철이 지나간다. 땅속의 터널처럼, 밤이 보이지 않는 뒷골목이라면 가로등은 끝나지 않는 창문이라고……
냉장고 문을 닫아도 불이 켜져 있어서 환하게 얼어 있는 얼굴이 보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문학』2015년 봄호. (부분)
<2015년 제15회 노작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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