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는 먼 곳
이장욱
어제 너와 술을 마셨는데 거기에 네가 없었다고 한다.
깨어나 커튼을 걷었는데 오늘따라
다른 나라의 밤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서 한 시간 동안이나 통화를
오후의 일정에 대해서 부동산에 대해서 또
사랑에 대해서
나는 사실 벌레였는데
연구하는 개였다가
말하는 원숭이였는데
쥐새끼의 노래였는데
나는 카프카를 걸어갔다.
카프카를 산 뒤에 그것을 소비했다.
카프카가 대통령이 되어서 그를 욕하고
카프카를 배경으로 포즈를
나는 싫다고 말했다. 밤에는 사람들이 자꾸 방문하여서 카프카를 권했다.
그들을 내쫓고 창문을 모두 다 열고 환기를
다음 날 또 카프카가 찾아와서 나는 거절을 하고 절교를 하고 다른 사람과
한잔했는데
그 사람과 성교를 했는데
그 사람이 나였다고
카프카가 말했다.
오늘 나는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카프카가 없는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시산맥』201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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