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카프카는 먼 곳/이장욱

Beyond 정채원 2016. 10. 21. 15:00

 

 카프카는 먼 곳

 

 

  이장욱

 

 

  어제 너와 술을 마셨는데 거기에 네가 없었다고 한다.

  깨어나 커튼을 걷었는데 오늘따라

  다른 나라의 밤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서 한 시간 동안이나 통화를

  오후의 일정에 대해서 부동산에 대해서 또

  사랑에 대해서

 

  나는 사실 벌레였는데

  연구하는 개였다가

  말하는 원숭이였는데

  쥐새끼의 노래였는데

 

  나는 카프카를 걸어갔다.

  카프카를 산 뒤에 그것을 소비했다.

  카프카가 대통령이 되어서 그를 욕하고

  카프카를 배경으로 포즈를

 

  나는 싫다고 말했다. 밤에는 사람들이 자꾸 방문하여서 카프카를 권했다.

그들을 내쫓고 창문을 모두 다 열고 환기를

 

  다음 날 또 카프카가 찾아와서 나는 거절을 하고 절교를 하고 다른 사람과

한잔했는데

  그 사람과 성교를 했는데

  그 사람이 나였다고

  카프카가 말했다.

 

  오늘 나는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카프카가 없는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시산맥』201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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