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닭인가 토끼인가?/박찬일

Beyond 정채원 2019. 4. 12. 23:05


   닭인가 토끼인가?


   박찬일



   저게 닭장인가 토끼장인가? 그것을 덮고 있는 두꺼운 모직 담

요. 누가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다. 그것밖에 그것밖에 없는


   인생(人生), 닭장인가 토끼장을 열고 그 위에 덮인 두꺼운 담

요를 벗기려 하고 있다.


   담요는 벗겨지지 않는다. 토끼장인가 닭장은 열린 곳이 아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계속 난다. 그림자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담요를 벗기려고

하고 문을 열려 한다. 모두 잊은 곳에서


   내가 담요를 거들어주려고 한다. 닭장인가 토끼장 문을 열려

고 한다. 햇살 아래 닭인가 토끼를 마주하려고 한다.


   닭인가 토끼? 도대체 토끼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닭이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시와표현』2019년 3-4월호, 집중조명_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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