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것들이 있다
나는 지난밤에도 보았고 지난밤의 폭죽 불꽃도 보았고, 그
런 기억이 나에게는 있습니다 지금은 까마귀 소리가 들립니
다 서울에서는 듣기 힘든 소리군요
폭죽이 터질 때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뜨거운 물
이 바닥에 쏟아져 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분명 손을 잡
고 있었는데,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벌써 어두운 밤입니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여름에도 다다미는 서늘하군요
나는 지난밤의 축제를 기억합니다 죽은 사람의 차를 타고
식사를 하고 온 것도 기억합니다 축제의 인파 속에서 죽은 사
람과 입을 맞췄던 것도
횡단하는 것이군요 횡단이 불가능한 것이군요
밖에서는 외국어가 들려옵니다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즐
거운 것 같습니다 지난밤의 한국어를 생각하면 슬픔이 찾아
옵니다만
실내에는 저 혼자뿐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일이 이전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 창비, 2019
'책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은 낙타의 일과/이학성 시집 (0) | 2020.06.26 |
---|---|
죽음 기계/송승언 (0) | 2020.06.09 |
사랑이고 이름이고 저녁인/정진혁 시집(파란 시선 0052) (0) | 2020.04.12 |
샌드 페인팅/박수현 시집 (0) | 2020.03.14 |
비둘기 경제학/황상순 시집 (0) | 2019.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