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책소식

더 많은 것들이 있다/황인찬

Beyond 정채원 2020. 6. 9. 00:44

   더 많은 것들이 있다

 

 

  나는 지난밤에도 보았고 지난밤의 폭죽 불꽃도 보았고, 그

런 기억이 나에게는 있습니다 지금은 까마귀 소리가 들립니

다 서울에서는 듣기 힘든 소리군요

 

   폭죽이 터질 때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뜨거운 물

이 바닥에 쏟아져 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분명 손을 잡

고 있었는데,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벌써 어두운 밤입니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여름에도 다다미는 서늘하군요

 

   나는 지난밤의 축제를 기억합니다 죽은 사람의 차를 타고

식사를 하고 온 것도 기억합니다 축제의 인파 속에서 죽은 사

람과 입을 맞췄던 것도

 

   횡단하는 것이군요 횡단이 불가능한 것이군요

 

   밖에서는 외국어가 들려옵니다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즐

거운 것 같습니다 지난밤의 한국어를 생각하면 슬픔이 찾아

옵니다만

 

   실내에는 저 혼자뿐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일이 이전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 창비,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