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봉
이학성
아우르던 내 벗들은 모두 떠났다.
남겨진 자의 책무는 記錄,
그래서 매일 밤 밀서를 새긴다.
쓰다만 말들로 청승맞은 술병을 달랜다.
만나지 못하여 서운하련가,
한때는 지독하게 아름다웠노라.
누굴 대신 증인으로 세우겠는가.
그러니 기록은 케케묵은 밀봉으로 남겨지리라.
천천히 서두르며 따르고 있다.
앞서는 이들아, 돌아다보지 말라.
시집 『늙은 낙타의 일과』, 시와반시 기획시인선 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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