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한 이불 덮고 한솥밥 먹고 같은 치약을 써도 한사람이
될 순 없지만 속을 비친 당신의 눈 속에 기분을 들였다
낡은 피아노를 조율하듯 끊임없이 익숙함을 빼내며 기
거하는 동안 생필품은 닳아 가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누군가 질러놓은 불이 타인의 기분
으로 활활거리듯 지를 때마다 나는 부스럭거리게 되고
이불을 털다 우리가 기분파거나 구원파라는 걸 알았다
들인 기분이 내가 아닌 것처럼 뭔가를 잘못해 벌 서는
것처럼 말썽을 일으키고
한 이틀 당신의 귀밑에 있다가 살비듬 같은 막막을 담으
려 때로는 얼음주머니를 꺼내 왔다
자주 종일이 붓고 애쓰는 일이 감기로 옮아 내가 콱 쏟
아지는 일이 생겨도 기분은 여전히 당신의 기분
미래를 말하면 미래는 더 먼 미래로 가버리는 것처럼
기분은 언제나 온전함이 없는 한때 같아 무엇을 생각
하지 않을 때 올바른 기분이 들었다
시집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 걷는사람 시인선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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