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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서정춘 시집(b판시선 038)

Beyond 정채원 2020. 12. 1. 15:54

서정춘 시집 하류

 

 

시인의 말

 

하류가 좋다

 

멀리 보고 오래 참고 끝까지 가는 거다

 

 

 

매화걸음

 

 

매화걸음 했었지

 

살얼음걸음으로

 

가는 동안 녹아서

 

피는 꽃 보았지

 

드문드문 피어서

 

두근두근 보았지

 

아껴서 보았지

 

요로콤만 보았지

 

 

 

 

  진달래꽃

 

 

  그해, 지리산 밑 오두막에 살면서 산막을 드나들다

총 맞은 가슴팍에 진달래꽃을 피워놓고 고요히 잠든

사내를 빨치산이라 불렀었지,

 

 

 

대밭일기

 

비갠 뒤

대밭 속

여기저기

개똥 자리에

죽순이 올라 있다

개똥 먹은 죽순

굳세어라

竹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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