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새의 구두/손음

Beyond 정채원 2025. 5. 1. 10:26

새의 구두

 

 손 음

 

 

여섯 살의 구두를 오래 신고 있었네

인생은 여섯 살

외눈박이 그믐이 혼자 놀러 왔네

여섯 살이 많이 늙었네

또각또각 또각또각

나는 언제 잊으려나

나는 언제 잠드려나

나는 시를 쓰고

나는 새를 쓰고

 

간밤의 꿈을 가지고 놀러 갔다

흰 사과

푸른 언덕

귀가 없고

입술이 없고

그래도 다행이고

 

삶은 견딜 만한 것이 못 되지만

어떻게든 견디지만

아름다운 귀신이 눈물을 보내왔네

 

흰 마당에서

.

.

.

점을 싸는똥을 싸는 새 한 마리

또각또각 또각또각 어린 구두 한 마리

 

 

계간 로 여는 세상 2025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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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음 / 1964년 경남 고성 출생. 199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7 현대시학으로 등단시집 칸나의 저녁』 『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연구서 전봉건 시의 미의식 연구웹진 같이 가는 기분 발행인 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