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구두
손 음
여섯 살의 구두를 오래 신고 있었네
인생은 여섯 살
외눈박이 그믐이 혼자 놀러 왔네
여섯 살이 많이 늙었네
또각또각 또각또각
나는 언제 잊으려나
나는 언제 잠드려나
나는 시를 쓰고
나는 새를 쓰고
간밤의 꿈을 가지고 놀러 갔다
흰 사과
푸른 언덕
귀가 없고
입술이 없고
그래도 다행이고
삶은 견딜 만한 것이 못 되지만
어떻게든 견디지만
아름다운 귀신이 눈물을 보내왔네
흰 마당에서
점
.
.
.
점을 싸는, 똥을 싸는 새 한 마리
또각또각 또각또각 어린 구두 한 마리
계간 《詩로 여는 세상》 2025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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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음 / 1964년 경남 고성 출생. 199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칸나의 저녁』 『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 연구서 『전봉건 시의 미의식 연구』. 웹진 《같이 가는 기분》 발행인 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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