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에서 능금 한 알
고재종
발갛게 얼굴이 단
여인이 건네는
가을 한 입을 베어 문다.
발갛게 익은
그 싱싱한 과즙,
첫 입술처럼 달콤한 시간을
생각지도 못한 채
아삭아삭 건너는 시간의 향기여,
더 이상의 무엇이거나
아직 오지 않은 그 무엇도 없을 것 같은,
팔뚝 굵은 여인이 이룩한
온전한 사랑,
사랑의 노동,
노동의 향기,
향기의 문장들로 엮은
가을의 시 한 편이여!
오늘의 내 비비람은 끝났다.
누군가의 음악 같은 절정의 페르마타.
나는 이제 고금(孤衾)을 턴다,
마음 가운데 휑하게 뚫린 구멍을 메운
우주가 이룩한 생각 한 알,
나는 한 그리움에 닿았다,
심연에 꽂히는 빛의 두레박 같은
『문학청춘』2023년 가을호
2025 제7회 이용악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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