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호루라기 부는 사람/송찬호

Beyond 정채원 2025. 11. 28. 16:27

호루라기 부는 사람

 

송찬호

 

 

그때 또 호루라기 소리 들렸어요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려갔더니

호숫가 버드나무뿐이었어요

버드나무를 체포할 순 없었지요

 

호루라기 소리는 분명 고체였어요

망치처럼 단단했죠

뒤통수를 후려쳤어요

그러고는 안개 속으로 달아났어요

 

국립국어원 연구원이 정의했더군요

호루라기 소리는 건축이다

층층이 쌓아 올려진 불안이라는 말이지요

언젠가 불안의 실내를 구경했어요

밝은 조명 편안한 소파 불안이 너무 단란해 불안했어요

 

아예 철학하는 흔들의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호루라기 소리는 묽은 수프다

우리는 그걸 떠먹을 수밖에 없다라고요

 

결국 호루라기 소리는 잡힐 거예요

고체이고

망치처럼 단단하니까요

호루라기 소리가 환청이란 게 백일하에 드러날 거예요

 

호루라기 부는 사람도 어딘가 있을 거예요

불안의 사령관이겠죠

호루라기를 불면

참호에서 뛰쳐나가야 해요

철조망에 옷이 찢기겠지요

머잖아 다시 독가스와 방독면의 세상이 올 거예요

 

버드나무를 붙잡아 데려오긴 했어요

아무데서나 잘 자고

아무거나 잘 먹더군요

묽은 수프도 먹여봐야겠어요

 

 

 

『유심』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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