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고래가 지나가는 마을/김윤

Beyond 정채원 2025. 11. 29. 09:44

제4회 『시와함께』작품상 수상작

 

고래가 지나가는 마을

 

김윤

 

 

이월에

혹등고래가 지나가는 마을

 

고깃배들이 들어오는포구를 찾다가 길을 잃었다

 

택시를 타려고

큰길에 서 있는데

 

어둡고 남루한 남자가

전신주 옆에 서 있다

 

일부러 몇 걸음 떨어졌다

 

그 사람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부랑자일까

낯선 곳이라 겁이 났다

 

남자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멀리 택시가 줄지어 서 있다

 

마을에 온 손님으로 나를 대한 거다

 

이월은 아직 멀었는데

혹등고래 한 마리가

대금 소리같이 길게 울었다

 

마음속 어떤 바다로 고래가 지나갔다

 

그 사람은

내 속의 캄캄한 부랑자를

쳐다봤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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