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광대
이따금 뒤집혀 허공을 긁는다. 검은 바탕에 흰 점이 있는 놈도, 붉은 바탕에 검은 점이 있는 놈도 찔레 덤불 속을 헤맨다. 간신히 가시를 피한 날은 스스로 가시가 된다. 날카로운 이를 먹이 속에 찔러 넣고 속을 꺼내 먹는다. 속이 텅 빈 껍질을 통째로 삼키기도 한다. 어둠 속 풍등처럼 날고 싶은 밤, 몸 안에 불덩어리를 품고 바람 따라 날고 싶은 밤이면, 낮 동안 먹힌 것들이 죽은 듯 엎드려 있다가 깨어나곤 한다. 점박이광대벌레는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 되새김질을 한다. 먹이들 중에는 방금 짝짓기를 한 놈, 막 알을 깐 놈, 제 어미를 몰라보고 다른 어미 꽁무니를 무작정 따라가던 놈, 건드리면 바로 울음이 터질 듯한 놈도 있었다. 햇빛 아래선 보이지 않던 먹이 위의 얼룩들이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들의 얼룩 위에 되비친 자신의 얼룩이 물에 젖은 고백처럼 짙게 도드라진다. 주름 깊숙이 숨어든 얼룩은 절대 끄집어낼 수가 없다. 얼룩들이 거느린 비바람과 그림자들 또한 뱃속에 켜켜이 쟁여져 있다.
번개 치는 밤, 혼자 있으면 늘 속이 더부룩했다. 막다른 꿈길 녹슨 철문 앞에선 등이 결리기도 했다. 내일은 굶어야겠다고 발목의 흉터를 세며 다짐을 했지만, 날이 밝으면 어김없이 또 먹이를 찾아 가시나무 덤불 속을 헤집고 다녔다.
아직 손금이 여물지 않은 아이가 벌레를 잡아 제 손등에 자꾸만 올려놓는다. 뒤집어 놓다가, 하품을 하다가, 머리카락 같은 벌레다리를 하나씩 떼어내다가, 바닥에 나동그라진 놈을 발로 뭉개버리고 집으로 향한다. 신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아이도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적 있는지 이따금 절룩거린다. 비가 와도, 비가 오지 않아도, 어두워지면 집으로 간다. 아직 떠나지 못한 벌레들이 천 년 만 년 울어대는 어느 날이다.
『시현실』2018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