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자각夢, 정채원

벌레구멍/정채원

Beyond 정채원 2018. 5. 30. 13:54

벌레구멍



정채원



과거로부터 온 나비가

내 이마에 살풋 앉는 아침

고요한 미열이 있다


두 개의 번개가 동시에 머리 위로 떨어져

사과를 꿰뚫는 구멍이 날 때

보이지 않던 것이 얼핏 보일 때


말랑거리며 머릿속을 관통하는 벌레가 있다

꿰뚫려도 통증을 모르는

피 흘려도 눈을 감지 않는


시간과 공간의 벽을 뚫으며


기차가 달려간다

울지마라 울지마라

사과가 끊임없이 꿈틀거려도

변하지 않는 건 변하지 않는 것


내가 백 년 달아나는 동안

네겐 한 계절이 흘렀다 해도


변하는 건 변하는 것

죽는 건

죽어서도 다시 날아오르는 것

갈 수 있는 끝에서 끝까지

존재하지 않는

터널을 뚫는 것,

아무도 노래하며 지나가지 않는다 해도



『시사사』2018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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