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시인선, 정채원 시인 네 번째 시집 출간!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조은별 기자
승인 2019.11.20 15:43
“안 보이는 걸 보려고, 가뭇없이 사라지는 걸 말하려고”… 세계를 조망하는 ‘시의 눈’
[ 사진 출처 = 문학동네 ]
지난 8월 30일, 정채원 시인이 시집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을 펴냈다. 문학동네를 통해 출간된 정채원 시인의 새 시집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은 제2회 한유성문학상 수상작인 ‘파타 모르가나’ 외 9편을 포함한 63편의 시로 구성되었다.
“결항, 결함, 결석”(귀가 부분)의 연속이 빚어내는 부당위(不當爲)의 세계 속에서 “안 보이는 걸 보려고, 가뭇없이 사라지는 걸 말하려고” 시를 쓴다고 밝힌 정채원 시인은 인식할 수 없을 것 같은 생의 원리를 포착해 시 속에 담아낸다. 소상한 삶의 순간들 속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인과와 법칙을 탐색하는 정채원 시인의 시는 자칫 허무로 귀결되기 쉬운 삶을 이해의 대상으로 끌어다 놓는다. 그가 관망의 어조로 그려내는 일상은 마침내 생의 본질이라는 지점으로 도약하고, 우리는 그의 시를 통해 세계의 흐름을 더듬어보게 된다.
시집 해설을 맡은 조재룡 문학평론가는 ‘특이점의 몽타주, 들끓는 타자’라는 해설문을 통해 “해석의 괄호를 자주 지워”내는 정채원 시인의 작품이 “실선이 아닌 점선의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고 표현한다. 그는 “규정되지 않는” 정채원 시인의 시어와 문장이 끊임없이 굽고 휘어져 “점의 그물망처럼 촘촘히 짜”이는 순간을 지목하며, ‘이음매’ 없이 ‘겹겹이 포개진’ 그의 시가 한 곳으로 모여 ‘거대한 파노라마’를 펼쳐내는 순간, 비로소 “전체에 시선을 뺏”기게 하는 완결성을 띤다고 설명했다.
물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거
살아서 갈 수 없는 곳이라고
그곳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 거
새끼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그 혹등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 거
그것도 더 크면 알게 되겠지
‘혹등고래’ 부분(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2019, 문학동네)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속에는 생의 불가지론을 관조하는 정채원 시인의 시각이 녹아 있다. 그는 ‘바로 내일, 혹은 / 십 년 뒤 / 오십 년 뒤’(해피엔딩 부분)에 찾아올 삶의 종말을 주지하는 자로서 ‘시간 너머로 시간을 보내도 / 시간의 검은 문은 어김없이 열’(무음 시계 부분)릴 것임을 예고한다. 시인은 ‘피어나는 봄꽃을 막을 수’(무음 시계 부분) 없듯이 찾아오는 생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이 여정이 정말 “닫히면 그만인 문”은 아닐까 고뇌한다. 그의 시 속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중단되거나(닫히면 그만인 문), 죽은 후에도 스크린 속에서 반복 재생되어야 하는(영화처럼) 삶의 부조리가 도사리고 있다. 스러져가는 것들을 나열하며 독자를 죽음과 생, 시간의 영속적 흐름이라는 불가항력 앞으로 인도하는 정채원 시인의 시는, 그러나 ‘살아서 갈 수 없는 곳이라고 / 그곳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혹등고래 부분) 사실을 견지하며 우리를 다음 페이지로 나아가게 만든다.
한편 정채원 시인은 1996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새로 펴낸 시집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은 “나의 키로 건너는 강”, “슬픈 갈릴레이의 마을”, “일교차로 만든 집”에 이은 네 번째 시집이다. 시인으로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그는 2018년 제2회 한유성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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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이는 걸 보려고, 가뭇없이 사라지는 걸 말하려고”… 세계를 조망하는 ‘시의 눈’
[ 사진 출처 = 문학동네 ]
지난 8월 30일, 정채원 시인이 시집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을 펴냈다. 문학동네를 통해 출간된 정채원 시인의 새 시집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은 제2회 한유성문학상 수상작인 ‘파타 모르가나’ 외 9편을 포함한 63편의 시로 구성되었다.
“결항, 결함, 결석”(귀가 부분)의 연속이 빚어내는 부당위(不當爲)의 세계 속에서 “안 보이는 걸 보려고, 가뭇없이 사라지는 걸 말하려고” 시를 쓴다고 밝힌 정채원 시인은 인식할 수 없을 것 같은 생의 원리를 포착해 시 속에 담아낸다. 소상한 삶의 순간들 속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인과와 법칙을 탐색하는 정채원 시인의 시는 자칫 허무로 귀결되기 쉬운 삶을 이해의 대상으로 끌어다 놓는다. 그가 관망의 어조로 그려내는 일상은 마침내 생의 본질이라는 지점으로 도약하고, 우리는 그의 시를 통해 세계의 흐름을 더듬어보게 된다.
시집 해설을 맡은 조재룡 문학평론가는 ‘특이점의 몽타주, 들끓는 타자’라는 해설문을 통해 “해석의 괄호를 자주 지워”내는 정채원 시인의 작품이 “실선이 아닌 점선의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고 표현한다. 그는 “규정되지 않는” 정채원 시인의 시어와 문장이 끊임없이 굽고 휘어져 “점의 그물망처럼 촘촘히 짜”이는 순간을 지목하며, ‘이음매’ 없이 ‘겹겹이 포개진’ 그의 시가 한 곳으로 모여 ‘거대한 파노라마’를 펼쳐내는 순간, 비로소 “전체에 시선을 뺏”기게 하는 완결성을 띤다고 설명했다.
물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거
살아서 갈 수 없는 곳이라고
그곳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 거
새끼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그 혹등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 거
그것도 더 크면 알게 되겠지
‘혹등고래’ 부분(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2019, 문학동네)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속에는 생의 불가지론을 관조하는 정채원 시인의 시각이 녹아 있다. 그는 ‘바로 내일, 혹은 / 십 년 뒤 / 오십 년 뒤’(해피엔딩 부분)에 찾아올 삶의 종말을 주지하는 자로서 ‘시간 너머로 시간을 보내도 / 시간의 검은 문은 어김없이 열’(무음 시계 부분)릴 것임을 예고한다. 시인은 ‘피어나는 봄꽃을 막을 수’(무음 시계 부분) 없듯이 찾아오는 생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이 여정이 정말 “닫히면 그만인 문”은 아닐까 고뇌한다. 그의 시 속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중단되거나(닫히면 그만인 문), 죽은 후에도 스크린 속에서 반복 재생되어야 하는(영화처럼) 삶의 부조리가 도사리고 있다. 스러져가는 것들을 나열하며 독자를 죽음과 생, 시간의 영속적 흐름이라는 불가항력 앞으로 인도하는 정채원 시인의 시는, 그러나 ‘살아서 갈 수 없는 곳이라고 / 그곳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혹등고래 부분) 사실을 견지하며 우리를 다음 페이지로 나아가게 만든다.
한편 정채원 시인은 1996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새로 펴낸 시집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은 “나의 키로 건너는 강”, “슬픈 갈릴레이의 마을”, “일교차로 만든 집”에 이은 네 번째 시집이다. 시인으로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그는 2018년 제2회 한유성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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