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이장욱
겨울에 추리소설을 썼는데 범인이 없었다.
의문도 없었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다 간
재만 남은
한 사람의 생각만 있었다.
생각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아주 오래 하면
겨울이 온다.
겨울은 길어서
곰처럼 잠을 자야 한다.
내 소설의 주인공에게는 악몽이 있고
의심과 비상구와 해변의 밤이 있는데
아무래도 사후가
부족하다.
피살자가 나타나서 같이 대화를 했다.
피살자는 이미 피살당한 뒤라서
주인공에게 관심이 없었다.
정치에도 드라마에도 프로야구에도 심지어
누가 범인인지에 대해서도
그는 사후의 존재라서
겨울만 무한하다고 했다.
범인은 누구라도 좋다고 했다.
사랑이 없다고 했다.
나는 결백하였으나
시체를 방에 두고 외출한 사람처럼
쓸쓸해졌다.
내가 범인인가?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으나
그는 답이 없었다
차가운 생각만이 나를 영영 가두고 있었다.
계간 《문학과 사회》 202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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