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 임재정 여기에는 없어 눈을 감는다 눈을 가리면 다른 곳이 환해지는 인간을 풍선은 이미 아는지, 누르면 어디로든 부푼다 엄마가 폐부에서 부풀린 아이처럼 세상이 누르면 핑계처럼 집으로 불거진다 함께하는 이웃이면서 모르는 사람들, 마주칠까 봐 자주 눈을 감는다 아이가 품고 있는 시간이 풍선 속으로 건너가 쌓인다 조금씩 무거워지던 풍선이 덜컥, 무서워질 때부터 어른이란다 눈을 마주쳐야 하는데, 풍선은 불다 보면 눈을 감고 마는 이것은 엄마가 잃어버린 샛길 환영 허수아비 영혼 도깨비 귀신보다 더 무서워 눈을 감는다 내겐 풍선이 들려 있다 두려움도 없이 좀비처럼 풍선 안을 날뛰는, 터질 준비를 끝마친 미래 얼룩진 낮은 쉽게 세탁할 수 없는 밤이 될 것이다 비눗방울이 떠다니는 꿈에 눈꺼풀 속 한곳만 환해질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