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내부 박재우 새는 생애에 딱 한번 몸을 바닥에 누인다고 한다 가는 가지를 움켜쥐느라 갈래진 두 발 나란히 눕히고 한눈으로 자기가 도약한 곳을 바라보다가 서서히 눈이 땅을 후벼 들어간다고 한다 온몸에 일어선 물결이 그를 어디론가 떠밀고 간다 그 어디는 누운 새와 나뭇가지의 거리쯤이라고 한다 그 거리에는 나무의 그늘이 파본처럼 쌓여 있고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한 바람의 붉은 목젖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나는 그 어스름 같은 빛에 들어 읽히지 못한 채 쌓여 있는 책을 들춰 보곤 하는 것이다 그러다… 그러다가 모든 문장이 목젖을 잃고 쓰러진 바람의 이야기 로 끝나기 전에 어둠 한 채 딱 들어맞는 문을 걸어두는 것이다 의미를 다 쓴 새는 이미 새가 아니듯 생의 미동을 잃고 누워있는 물결, 대지에 겨울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