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의 뜰 내일과 모레는, 레일 없는 모래 위에 뜬금없이 펼쳐지는 길 아닌 길 내일모레 우리들은 어떻게 어느 언덕에 기대어 흘러내릴 것인가 레일이 내일로 모레로 모래 위에 아나크로니스틱anachronistic, 시대착오적 무방비상태로 무조건 뭘 하기로 하고 문 열어젖히게 될, 그러니까 우린 여기서 여기 只今에 지금 곧 맨발 딛고 금을 그어 금지선을 뛰어넘는 키 큰 올리브나무를 심어야 한다 웃자란 올리브나무 그늘이 우리를 아나르코 토포필리아anarcho topophilia, 울타리 없앤 아나키스트의 평야에 풀어줄 것이다 《미네르바》 2023 봄호, 신작소시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