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서 있는 사람 그는 지금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의 사람도 아니고 아무 생각도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아무 창가에 서 있고 창은 네모난 창 마주 보는 변의 길이가 같은 창 마주 보는 각들이 평온 한 창 거꾸로 세워도 똑같은 그러나 오늘은 전보다 조금 넓어진 듯 보이 고 안녕, 지나가는 사람들이 말을 건네면 안녕, 대답하고 요즘 좋아 보여, 하면 요즘 좋아, 똑같이 말하고 거기서 뭐 해? 걷는 상상을 해 창밖으로는 차들이 지나가고 차들이 불을 켜고 환하게 지나가고 뛰어내리는 상상 그러나 창이 곧 사라져버리고 《도시가스》, 문학괴지성사,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