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자박수현독일 슈튜트가르트 펠바하 포도원이랑 사이 유난히 키 높은 돌의자가 보였다푸른 이끼가 버짐처럼 번져있는 돌의자,옛날 일꾼들이 가파른 언덕배기에서 따낸포도송이 등짐 진 채 잠시 기대어 숨 고르던 곳이라 했다돌의자는 몇백 년 저렇게 껑충 서서초록에서 보라로 가는 포도밭의 서사를 고요히필사하였을 것이다송이마다 수백 개의 표정을 달고와르르, 초록의 질문들을 쏟아내는 어떤 보라에게는물끄러미 눈만 껌뻑거렸을 것이다쨍한 여름 뙤약볕이오크통마다 촘촘하게 쟁여지는 동안눈꺼풀 부비는 포도 송아리들밤마다 더 달콤한 통점들을 더듬거렸을 것이다포도밭에 내려앉던 까마귀 떼는휘도록 달린 어둠을 부리로 물고지붕이 붉은 고성(古城) 너머 날아갔다무르익은 보라에서 제비꽃향이 일렁이는 것은마른 잎사귀들 사이로 포도알 닮은 눈망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