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오는 십자가 1 전순영 어깨 위에 어깨 올라서고 또 어깨 위에 어깨 올라서고 달빛도 별빛도 못 본 척 흘러만 갔다 돌이 요염한 모란꽃을 피우고돌이 찬란한 공작새 날개 드리우고돌이 햇볕을 삼켜버리고돌이 바닷물을 마셔버리고돌이 하늘을 다 차지해 버렸다 납작 깔린 입술이 부르르 떨리던 밤이 더욱 먹물로 차올라 길은 화약고가 터지듯이 날아가고· · · · · · 부러진 어깨들 하나씩 둘씩 보스락보스락 다 차지해 버린 하늘이 뇌성 벼락 내리치며 쏟아붓는 빗줄기흑탕물 속에 가랑잎처럼 떠내려가고개미 떼처럼 발버둥 치며 떠내려가고하늘은 죽었다고 소리 지르며 떠내려가고흙은 어디 갔느냐고 울부짖으며 떠내려가고등에 붙은 위장을 움켜쥐고 떠내려가고 말을 삼켜버린 입술들이 보스락보스락 네 귀퉁이를 휘어잡고 휙 집어 던져..